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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한일 결승전에서 임창용이 이치로와 정면대결을 선택한 것은 양상문 코치가 김인식 감독의 지시를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 때, 10회초 2사 2 3루에서 한국 대표팀 투수 임창용이 일본 타자 스즈키 이치로에게 정면 승부를 걸었다가 결승타를 맞고 패배를 자초한 진짜 이유는 양상문 당시 투수코치(현 롯데 코치)가 김인식 감독의 지시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TBS 방송이 보도했다고 23일 조선일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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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W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투수 임창용이 10회초 일본 스즈키 이치로와의 맞대결에서 정면 승부를 한 직후의 모습. ⓒ연합뉴스 " title="▲ 지난 3월 W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투수 임창용이 10회초 일본 스즈키 이치로와의 맞대결에서 정면 승부를 한 직후의 모습. ⓒ연합뉴스 ">
이 신문은 이날 TBS가 22일 방송한 '카리스마 백서 2'라는 프로그램 내용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TBS는 한국 관계자들이 인터뷰를 통해 "김 감독이 이치로를 거르라는 사인을 내보냈으나 양 코치가 이를 무시했고, 이 때문에 포수 강민호와 투수 임창용이 고의 볼넷 사인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은 또 "작전을 확실하게 내리지 못한 내 책임이고, 코치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고 한 김 감독의 말과 "진실을 밝혀준 코치에게 감사드린다"는 임창용의 말도 곁들이며 '양상문이 무시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하지만 김 감독과 양 코치는 "방송 내용이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면서 "통역이 말을 잘못 전달했거나 일본 취재진이 내용을 왜곡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양 코치는 22일 "내가 김 감독님 지시를 어겼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당시 일본 취재진이 내게 '만약 똑같은 상황이 또 생기면 어떡하겠느냐'고 물어, '이치로를 꺾지 못하면 한국은 일본을 이겨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이치로를 꺾을 투수는 임창용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도 "양 코치에게 '어렵게 승부하라'는 지시를 두 번이나 내렸고, 전달됐는지 확인까지 했다. 고의 볼넷을 내주라는 사인은 아니었지만, 승부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정면대결을 피하고 볼넷을 내주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또 "내가 '코치를 비난할 생각이 없다'고 한 말은 사인을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는 것.
당시 임창용이 이치로와 8구 승부 끝에 2타점 결승타를 얻어맞고 3대5로 분패한 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사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고, 임창용은 "사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으나, '정면대결'의 진상은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다.